KPI 앞에서 늘 작아지는 주니어 서비스기획자에게
연초가 되면 전년도 성과를 KPI를 기준으로 평가받고, 올해의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합니다.
꼭 연초, 연말 시즌이 아니라 하더라도 회의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도 종종 생기죠.
“이번 분기 KPI는 뭐죠?”
“이 기능이 KPI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그런데 막상 대답하려고 하면 말이 막히는 경우가 많아요.
DAU, MAU, 전환율 같은 지표 이름은 들어봤는데, 왜 그 숫자를 봐야 하는지를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KPI 이야기가 나오면 괜히 긴장되고, “이건 팀장님이나 시니어 들이 챙기는 영역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KPI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하는 순간, 주니어와 시니어의 경계를 빠르게 무너 뜨릴 수 있습니다.
이 글은 KPI를 “성과 평가용 숫자”가 아니라, 서비스기획자가 일의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Table of Contents
KPI란 무엇인가요?
KPI는 숫자가 아니라 ‘합의된 기준’입니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는 흔히 “핵심 성과 지표”로 해석되고 사용됩니다.
이 정의 자체는 틀리지 않지만, 주니어 입장에서는 여전히 막연한 표현이죠.
실무에서 KPI는 이렇게 이해하는 게 훨씬 정확합니다.
KPI는 “우리가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숫자로 합의”한 결과물입니다.
서비스에는 수십, 수백 개의 지표가 존재합니다.
페이지뷰, 클릭률, 오류율, 체류시간, 문의 건수까지 모두 지표죠.
하지만 이 모든 숫자를 동시에 잘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조직은 묻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이 서비스가 잘되고 있는지를 판단할 단 하나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KPI입니다.

주니어가 KPI를 어려워하는 진짜 이유
KPI가 어려운 이유는 개념이 복잡해서가 아닙니다.
역할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주니어 서비스기획자들은 “KPI”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님이 중요하다고 한 숫자”
“올라가야 하는데 왜 올라가야하는지 이유는 잘 모르는 숫자”
“보고서 마지막 장에 들어가는 숫자”
이렇게 인식되면 KPI는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KPI의 본질은 전혀 다릅니다.
서비스기획자라면 KPI는 이렇게 인식되어야 합니다.
- 무엇을 먼저 개선할지 결정하게 해주고
-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게 해주며
- 결과를 감정이 아니라 근거로 이야기하게 해주는 도구
즉, KPI를 이해한다는 건 일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죠.
KPI, Metric, OKR의 쉬운 구분
실무에서 가장 많이 섞이는 개념이 이 세 가지입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시작하면 회의에서 말이 꼬입니다.
먼저 Metric(지표)은 이렇게 이해하면 아주 단순합니다.
측정 가능한 모든 숫자가 Metric입니다.
좋고 나쁨의 판단 이전에, 그냥 “측정한 결과”죠.
KPI는 Metric 중에서도 특별한 지표입니다.
지금 이 팀, 이 서비스의 성과를 대표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그래서 KPI는 항상 “왜 이 숫자인지”가 설명돼야 합니다.
OKR은 목표를 관리하는 프레임으로 KPI나 Metric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OKR은 Objective(방향)와 Key Results(성과 기준)를 묶어, 팀이 도전적인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돕는 방식이죠.
실무적으로는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OKR은 어디로 갈지를 정하고, KPI는 잘 가고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좋은 KPI의 조건 — SMART보다 중요한 실무 기준
이론서에서는 KPI를 S.M.A.R.T하게 만들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다음 기준이 훨씬 중요합니다.
1. 이 KPI가 오르면 서비스가 좋아지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명이 길어지면, 이미 KPI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2. 정의가 명확해야 합니다.
특히 전환율 KPI는 분모와 분자를 정확히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원 전환율”이라고만 쓰면, 회의실마다 다른 숫자가 나옵니다.
3. 팀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KPI를 올리기 위해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버튼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KPI는 너무 멀리 있습니다.
4. 부작용을 감시할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KPI는 사람을 움직이기 때문에, 항상 꼼수가 생깁니다.
그래서 가드레일 역할을 할 수 있는 지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KPI를 설계하는 가장 현실적인 순서
주니어 서비스기획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KPI 설계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현재 내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목표를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전환율을 올린다”가 아니라
“결제 경험을 개선해서 실제 결제 완료를 늘린다”처럼요.
그다음, 이 목표를 가장 잘 대표하는 하나의 지표를 고릅니다.
이 지표를 흔히 North Star Metric이라고 부릅니다.
고객에게 가치가 전달되는 ‘순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이후에야 비로소, 그 숫자를 움직이는 리딩 지표를 고민합니다.
리딩 지표는 실행을 위한 힌트입니다.
예를 들어서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버튼의 클릭 횟수를 늘린다던가 하는 것처럼,
어디를 고치면 KPI가 움직일지 알려주는 신호죠.
마지막으로, KPI를 올리다가 서비스 품질을 망치지 않도록 가드레일을 둡니다.
이 단계까지 와야 KPI 설계가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례 ① — 채용 서비스 ‘지원 전환율’ KPI
주니어가 가장 자주 맡는 과제가 전환율 개선입니다.
“회원가입 전환율 올려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KPI 설계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이때 바로 “회원가입 전환율”을 KPI로 잡으면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전환율의 정의가 불분명하면, 개선 방향도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KPI는 ‘회원가입 페이지 접속 기준, 실제 회원가입을 완료한 비율’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리딩 지표로 회원가입 버튼 클릭률, 회원정보 입력 폼 이탈률, 오류율을 함께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바뀝니다.
“전환율을 올리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회원가입 버튼을 안 누르는 이유가 뭘까?”
“회원정보 입력 폼에서 왜 나갈까?”로 생각이 이어집니다.
이 순간, KPI는 압박이 아니라 생각의 도구가 됩니다.
사례 ② — 콘텐츠 서비스 ‘리텐션 KPI’
콘텐츠나 커뮤니티 서비스에서는 사용자 리텐션이 핵심 KPI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7일 리텐션”이라는 말만 던져놓으면, 주니어는 막막해집니다.
이럴 때 KPI를 이렇게 풀어 설명하면 훨씬 설득력이 생깁니다.
“신규 유입 사용자가 첫 방문 이후 다시 돌아오는 비율을 높인다.”
그리고 리딩 지표로 첫 세션 체류시간, 핵심 콘텐츠 도달률, 알림 클릭률을 봅니다.
이렇게 하면 실행이 바로 연결됩니다.
콘텐츠 구조를 바꿀지, 추천 로직을 손볼지, 알림 타이밍을 조정할지 논의가 시작되죠.
KPI로 보고할 때, 주니어가 신뢰를 얻는 방식
KPI 보고는 숫자를 읽는 시간이 아닙니다.
판단 과정을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좋은 KPI 보고는 항상 흐름이 있습니다.
지금 수치가 어떤 상태인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래서 무엇을 바꿀지,
그 변화가 KPI에 어떤 영향을 줄지 설명합니다.
이 구조만 지켜도, 주니어는 “지표 담당자”가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기획자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 핵심 내용
KPI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KPI는 팀이 같은 목표를 이해하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기준입니다.
주니어일수록 KPI를 두려워하지 말고, 설명 가능한 구조로 만들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마치며
KPI를 이해하면, 일이 설명되기 시작합니다
주니어 서비스기획자 시절의 KPI는 부담스럽습니다.
사실 시니어라해도 KPI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죠.
하지만 한 번만 제대로 이해하면, KPI는 나를 평가하는 숫자가 아니라 내 일을 증명해주는 도구가 됩니다.
KPI를 확정하는 순간,
“왜 이 기능을 해야 하는지”, “왜 이 우선순위인지”, “왜 이 결과가 나왔는지”를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부터 서비스기획은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자주묻는 질문
Q. KPI는 몇 개가 적당한가요?
대부분의 팀에서 핵심 KPI는 1~3개가 가장 안정적입니다.
대신 그 KPI를 설명해주는 보조 지표나 보조 KPI가 필요합니다.
Q. DAU나 MAU도 KPI가 될 수 있나요?
물론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왜 지금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가 설명되지 않으면 KPI로서 힘을 잃습니다.
Q. KPI 목표치는 어떻게 정해야 하나요?
현재 수치(베이스라인)를 기준으로, 실제 바꿀 수 있는 요소와 기대 효과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인사평가, KPI 평가를 잘 받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다면, 아래 글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