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 4.5일제 근무’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근 없는 회사’가 여전히 꿈처럼 느껴지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주 4.5일제 근무는 여전히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한편, 취준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워라벨(Work-Life Balance)’이 늘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퇴근 후에는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누린다는 건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직장인들의 오래된 바람이기 때문이겠죠.
” 직장인·취준생 “직장 선택 1순위 조건 : 관련기사 자세히 보기(새창)
그런데 정말 야근이 없으면 다들 행복할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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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없는 회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칼퇴근’을 장려하는 기업문화는 우리나라도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상사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눈치보며 버텨야한다”는 분위기보다는, “퇴근은 제때 하고, 그만큼 업무 시간 안에 집중하자”라는 문화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죠.
특히 ‘MZ세대’라 불리는 우리의 후배들은 회사에 모든 걸 바치기보다 자신의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후배들 덕분에 ‘야근 없는 회사’가 좋은 직장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해야 할만한 부분입니다.
야근 없는 회사의 장점
야근이 사라지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역시 삶의 질입니다.
-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하든, 새로운 공부를 하든, 그냥 쉬든 간에요.
- 건강에도 좋습니다. 과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번아웃이 줄어들죠.
-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는 시간도 많아집니다. 인간관계가 훨씬 단단해져요.
- 무엇보다도 업무 효율이 올라갑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업무를 끝내야 하니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야근 없는 문화를 추구하고, 직원들 역시 그걸 바라고 있는 겁니다.
야근 없는 회사의 단점
하지만 야근이 없는 회사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 먼저, 업무가 몰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그 안에 모든 걸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집니다.
- 보상이나 승진 문제에서도 불균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전히 ‘늦게까지 남는 사람’, ‘엉덩이로 일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가 일부 남아 있거든요.
- 세대 차이도 있습니다. 야근이 당연했던 기성세대와 워라벨을 중시하는 세대가 부딪히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업무가 몰리고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자신의 퇴근 시간을 지키는 직원들도 존재하죠. 정해진 업무는 있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업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만큼의 업무가 다른 사람에게 몰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해외 사례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야근 없는 문화가 보편적으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복지가 좋기로 알려져있는 독일,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국가들은 법적으로 근무시간을 강하게 제한하고, 퇴근 후 업무 연락을 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죠.
또한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은 유연근무제 뿐 아니라 재택근무와 같이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등 파격적인 근무환경을 제시하는 곳이 많습니다.
물론 해외 사례라고 해서 성공 사례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같은 제도를 만들어 칼퇴 문화를 장려했지만 뿌리 깊은 야근 문화 때문에 성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일본은 다양한 부분에서 우리나라랑 비슷한 면이 많은데, 이런 부분도 우리나라와 많이 닮아있네요.
한국의 현실
진리의 “케바케”, “부바부”이지만,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업종이나 회사 규모에 따라 차이가 존재합니다.
인력과 제도가 갖춰져있는 대기업은 야근 없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비교적 쉽습니다. 지인의 회사는 특정 시간이 지나면 업무용 PC를 강제로 종료시키고, 심지어 건물 전체의 전기를 차단해 버리기까지 한다고 하더군요.
반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항상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누군가는 야근을 해야만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트업들이 채용공고에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어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야근 없는 회사와 행복의 상관관계
야근이 없는 회사가 무조건 행복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행복은 ‘시간’만이 아니라 ‘보상, 성장, 인정, 인간관계’등 많은 요소들이 함께 맞아 떨어져야 완성되거든요.
실제 조사에서는 “칼퇴근이 좋다”라는 답변이 많지만, 그로 인해 연봉이 낮아지거나, 업무의 압박이 심하거나,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행복감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들이 많습니다.
“행복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이 행복을 느끼려면 단순히 시간이 많은 게 아니라 자율성과 성취감, 관계성이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조직 행동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직무 만족은 근무 시간뿐 아니라 보상, 성장 기회, 회사 분위기 등이 함께 맞아야 높아진다고 보죠.
결국 야근 없는 문화는,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요소 중 한 가지일 뿐입니다.
야근 없는 회사, 진짜 행복의 조건
야근 없는 회사가 우리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물론 성과에 대한 압박이나 업무 스트레스는 퇴근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 시간이 많다”는 사실보다 “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입니다.
흔히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하죠. 칼퇴근으로 인해서 남는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낸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또한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회사 밖에서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물론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지만, 야근 없는 회사가 행복의 전부가 되거나 내 삶, 커리어의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하루 24시간,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가 찾던 진짜 행복에 가까워 질 수도, 계속해서 멀어질 수도 있을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