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와 386 사이의 영포티, 젊음을 강요받는 40대 기획자의 현실

2nd Project LAB

2025-10-23

영포티, 그 말의 불편한 온도

“젊게 사는 40대”, “변화에 민감한 세대”의 의미로 시작된 ‘Young Forty’라는 단어는 겉보기엔 긍정적 이지만,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그렇게 좋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영포티’는 칭찬이 아니라 모호한 불신, 조롱의 언어가 되어버렸죠.
젊다고 보기엔 꼰대 같고, 어른으로 보기엔 권한이 적은 세대.
이렇게 한국 사회의 구조 속에서 40대는 ‘중간자’가 아니라 ‘어중간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왜 40대는 ‘영포티’가 될 수밖에 없었나

저를 포함한 이 세대는 산업화의 막차와 디지털 대전환의 첫차를 동시에 경험했습니다.

부모님 세대의 IMF 구조조정과 벤처붐의 흥망성쇠를 목격했으며, 회사 안에서는 모든 보고서를 프린트해 수기로 서명을 받던 시절에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피그마, 노션, 슬랙, 전자결재가 기본이 된 시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의 40대 들은 ‘과거의 방식으로는 일할 수 없지만, 완전히 새로운 세대의 문법으로도 일하기 어려운 세대’입니다.

‘영포티’는 “낡은 구조 안에서 억지로라도 젊게 살아야만 하는 40대”를 뜻하는 건 아닐까요?


PM, PO, 서비스기획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대의 간극

IT업계 뿐 아니라, 모든 기획자는 언제나 사이에 섭니다.
사용자와 개발자, 경영진과 실무자, 그리고 세대와 세대 사이.

임원진이 배석하는 프로젝트 회의에서는 종종 이런 식의 대화가 오고갑니다.

386 임원: “너무 파격적인거 아니야?”
MZ 팀원: “지금 UI는 너무 올드해요.”
영포티 기획자: “일단 A/B 타입의 시안을 잡아서 테스트 해보시죠.”

영포티 기획자의 대응이 합리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대응조차 양쪽 모두에게 불만으로 돌아온다는 점 입니다.

386은 “중간에서 결정을 못 한다”고 그들을 탓하고, MZ는 “답답하게 일만 늘린다”고 탓하죠.

영포티 기획자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 변화를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세대의 젊음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직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책임은 위로, 실행은 아래로. 그 사이의 40대

한국의 대부분 조직은 여전히 386, 586세대의 리더십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결정권은 윗세대에게 있고, 실행은 아랫세대가 진행하는 구조 속에서 40대는 조율자이자 완충 역할을 담당합니다.

회의의 방향은 위에서 정해지고, 실제 문제는 아래에서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영포티는 늘 문제를 해결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MZ의 속도에 맞추려다 지치고, 386, 586의 방식에 맞추려다 답답해지는 상황속에서 40대가 ‘영포티’를 추구하는 이유는 젊음을 원하는게 아니라, 유연함을 지키기 위한 자기 방어의 방식입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는 영포티 회사원의 뒷모습. 주변에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마치며

저를 포함한 영포티 세대는 젊게 살고 싶은 게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세대일지 모릅니다.

여전히 나이로 책임의 크기를 결정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뒤쳐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결국, ‘영포티’는 특정 세대의 자세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로 인해 촉발된 증상이 아닐까요?

특히 이러한 사회적 구조를 매일 체감하며 일하고 있는 IT업계의 PM, PO, 서비스기획자로써 ‘영포티’에 대한 부적절한 사회적 인식은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기술과 변화의 경계를 건너온 이 세대의 노하우야 말로, “진짜를 만들어 낼 때” 반드시 필요한 감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그 세대에 속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MZ세대’, ‘영포티’와 같은 표현이 원래의 의도가 아닌 세대간의 편 가르기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2nd Project LAB (세컨드프로젝트랩)

20년 가까이 온라인 플랫폼을 기획해온 기획자의 시선으로 서비스기획·PM·PO 경험을 공유·회고하고, 직장인들의 부업·N잡·Gig Work에 대한 정보와 도전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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