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무게

2nd Project LAB

2025-10-13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무게는 무겁고, 리더의 자리는 늘 외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위로는 회사의 방향과 목표를 바라보며 임원진을 만족 시켜야 하고, 아래로는 팀원들의 성장과 행복을 고민해야 하니까말이죠.

처음 팀장으로 발령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면,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기획 팀장에서 두 개의 플랫폼을 기획·디자인·개발하는 조직을 총괄하는 실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았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죠.

회사에서는 저에게 ‘리더’, ‘총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실제로는 ‘결정’과 ‘보고’, ‘갈등 조율’이 계속되는 날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장서서 걷는 리더와 그를 따르는 구성원들의 이미지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무게를 표현한 이미지

1. 결정의 순간마다 느껴지는 리더의 무게

리더로서 가장 힘든 순간은, ‘옳은 선택’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때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프로젝트 런칭 일정에 쫒기는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이죠.

일정이 지연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런칭을 앞두고 진행되는 QA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예상치 못한 정책적 리스크가 생기거나, 크고 작은 오류가 발견되어 오픈일까지 수정이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하죠.
이럴 때면 개발팀은 리소스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기획팀은 이미 유관 부서 및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마쳤기 때문에 일정 변경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받으면 ‘오픈을 강행할지, 아니면 일정을 연장할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경영진에게 보고까지 진행해야 하죠.
그리고 이렇게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뒤에는, ‘아, 결국 모든 책임은 나에게 돌아오는구나’라는 현실이 밀려옵니다.

조직의 리더, 특히 중간 관리자의 결정이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 입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결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기대를 내려놓아야 할 때, 누군가의 불안을 잠재워야 할 때, 리더의 무게는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2. 조율로 시작해 설득으로 끝나는 하루

조직을 이끄는 일은 ‘조율’의 연속입니다.
일정 준수를 위해 기획에서는 속도를 내야 하고, 개발에서는 개발 품질을 준수해야 합니다.
직원들을 혁신을 외치지만, 경영진은 안정성을 강조합니다.

리더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사람입니다.
아침엔 개발팀과 회의를 하고, 점심엔 디자인팀과 회의를 하고, 오후엔 기획팀과 우선 순위를 다시 조정하죠.

모든 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는 그 다양한 의견 속에서 하나의 방향을 선택하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좋은 리더십이란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과정’이 되어야만 합니다.


3. 사람을 믿는 일의 어려움과 아름다움

리더가 된다는 건, ‘모든 일을 직접 해결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결심이 항상 지켜지는 건 아닙니다. 내가 직접 하면 더 빨리 끝날 것 같고, 결과도 더 확실할 것 같으니까요.

그러데 그 순간, 팀은 성장의 기회를 잃게됩니다.

한 번은 중요한 정책 문서 작성을 팀원에게 맡겼는데, 결국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죠. ‘내가 팀원의 실수를 허용하지 않으면, 결국 나의 그늘 안에서만 일하게 될 것이다’라는 사실을요.

그날 이후로 저는 팀원의 실수는 허용하되,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 일은 엄격히 짚고 넘어간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저 역시 수많은 실수를 통해 배운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이니까요.

결국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가는 팀’을 만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4. 책임감은 무게이자 방향이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리더의 무게’를 피할 수 없습니다.
성과가 좋을 때는 팀의 덕분이고, 결과가 나쁠 때는 나의 책임입니다.

사실 그 무게는 때때로 버겁게 느껴집니다.
특히 두 개의 플랫폼을 동시에 운영하다 보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이에 다른 쪽에서 또 다른 이슈가 터지기도 하죠.

어느 날 회의가 끝난 뒤, 한참 동안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리더이지만 결국 나도 월급을 받는 직원일 뿐인데, 모든 상황을 수습하고 그 결과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무겁고 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책임이란 짐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리더의 무게가 나를 짓누를 때마다, 그 무게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나무-표면에-리더십이라는-단어를-철자하는-타일

5. 결국 리더십은 ‘사람의 이야기’

리더의 역할은 단순히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언제나 ‘사람’에 있습니다.

팀원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프로젝트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함께하며, 그 속에서 쌓이는 작은 성공의 조각들을 연결해 나가는 일. 그 모든 과정이 결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완성됩니다.

리더는 사람을 이해하고, 믿고,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필요할 때는 단호해야 하고, 때로는 냉정해야 할 순간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직을 이끄는 일은 감정만으로는 유지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팀원 한 명 한 명은 모두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성장합니다.
어떤 팀원은 빠르게 결과를 내지만 불안정하고, 어떤 팀원은 느리지만 꾸준히 조직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리더의 역할은 그 속도 차이를 조율하면서,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빛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저 역시 그런 순간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질책을 받던 팀원이 어느 날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했을 때, 혼자서는 도저히 풀리지 않던 일이 팀의 협업으로 매끄럽게 해결됐을 때, 그리고 누군가가 불쑥 “요즘 팀 분위기가 좋아졌어요”라고 말했을 때 그동안의 고민과 스트레스, 수많은 결정을 짊어졌던 시간들이 순식간에 의미로 바뀌는 걸 느꼈습니다.

그럴 때마다 리더십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느낍니다.
성과 뒤에는 늘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조직이 움직입니다.
리더의 진짜 역할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팀원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6. 리더의 무게를 견디는 이유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그 무게를 견디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함께 만든 결과물 속에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진심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그 무게가 벅차고, 많은 것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외로움이 밀려올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무게는 동시에 저를 성장시키는 힘이기도 합니다.
그 안에는 내가 이끄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 그리고 그들과 함께 쌓아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까요.

리더란 결국, 책임을 견디며 사람을 믿는 사람입니다.
그 믿음이 조직을 움직이고, 그 무게가 조직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저는 압니다.
이 무게를 견디는 이유가 단지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기 위한 믿음의 증거라는 것을요.


2nd Project LAB (세컨드프로젝트랩)

20년 가까이 온라인 플랫폼을 기획해온 기획자의 시선으로 서비스기획·PM·PO 경험을 공유·회고하고, 직장인들의 부업·N잡·Gig Work에 대한 정보와 도전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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