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관리하며 회사 생활을하는 관리자로서, 저는 매주 여러 개의 숫자를 들여다봅니다. 트래픽, 전환율, 이탈률, 채용 공고 등록 건수. 그런데 요즘 제가 가장 자주 들여다보는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우리 팀 회식 참석률’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회사생활을 하면서 회식은 당연한 일정이었습니다. 분기 말, 짧게면 매 월 삼겹살집을 예약하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오늘 저녁에 뭐 하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회식 공지를 올리면 참석 여부를 묻는 손이 절반도 올라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팀원들이 소통을 싫어하는 것도 아닙니다. 슬랙이나 사내 메신저는 여전히 활발하고, 점심시간 삼삼오오 모여 나누는 대화도 끊이지 않습니다. 다만 ‘술자리를 통한 소통’이라는 옛 방식이 더는 작동하지 않을 뿐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회식이 예전만큼 조직 소통의 중심 역할을 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회식 없는 팀 소통은 무엇으로 채워야 실제로 팀이 단단해지는지를 다뤄보려 합니다. 이전 글에서 권위주의적 언어 습관과 초과근무에 대한 세대 간 시각차를 다뤘는데, 이번 글은 그 연장선에서 ‘관계’라는 마지막 퍼즐을 채우는 이야기입니다.
서비스를 기획할 때 저희는 항상 “이 기능이 없어졌을 때 사용자는 무엇으로 그 니즈를 채울까?”를 먼저 묻습니다. 조직 관리도 똑같습니다. 회식이 사라졌다고 소통에 대한 욕구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닙니다. 단지, 그 니즈가 다른 채널로 옮겨갔을 뿐이죠. 이때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은 회식을 부활시키는 게 아니라, 니즈가 옮겨간 그 채널을 찾아 거기에 제대로 집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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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회식은 더 이상 정답이 아닐까?
이 부분은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해보겠습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 8000㎘로 27년 만에 처음 300만㎘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소주 출고량만 봐도 2022년 86만 2000㎘에서 2025년 79만 3000㎘까지 3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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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Z세대 구직자 1,3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평소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는 응답이 42.0%로 가장 많았습니다. ‘월 1~2회 마신다’가 24.0%, ‘2~3개월에 한 번 이하’가 20.0%로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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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회식이 ‘필요하다’고 답한 Z세대는 64.0%(가끔은 필요하다 51.0%, 반드시 필요하다 13.0%)였습니다. 술은 거부해도 회식 자체는 거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즉슨, 원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죠.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회식 형태는 ‘딱 1시간만 진행하는 간단한 회식'(29.0%)과 ‘자율 참석 회식'(28.0%)이었고, 최악의 회식으로는 ‘과도한 술 권유'(41.0%)가 압도적 1위로 꼽혔습니다.
한국리서치가 최근 공개한 ‘직장생활 규범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됩니다.
조사 대상 17개 직장생활 상황 중 가장 높은 동의율을 기록한 항목은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경우 저녁 회식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으로, 응답자의 91%가 동의했습니다.
저는 숫자를 볼 때마다 기획자의 눈으로 분석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수치들을 분석해보면, “회식이 필요 없다”가 아니라 “지금의 회식 스펙이 사용자 요구사항과 맞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해야합니다.
제가 만약 회식과 관련된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면, 저는 바로 기능 개선 계획을 세웠을겁니다. 하물며 ‘회사’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회식을 없애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스펙을 다시 짜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조직 소통의 부채, 방치하면 이자가 붙는다
저는 관리자로서 ‘부채’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회식이라는 강제 접촉의 시간이 줄어든 만큼, 팀원의 컨디션이나 고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기회도 함께 줄었습니다. 이 공백을 방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극단적으로 평소엔 문제없어 보이던 팀원이 어느 날 갑자기 퇴사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갑자기’가 아니라, 그 전조를 관리자가 놓쳤다는 데 있습니다.
회식이 이 공백을 메웠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술자리라는 ‘경계가 풀리는 공간’에서 평소 하지 못한 말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공간이 사라졌다면, 관리자는 의도적으로 다른 공간을 설계해야 합니다. 우연에 맡겨온 소통을 이제는 구조화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조직을 관리하며 배운 것 중 하나는, 소통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방치하면 절대 흐르지 않고 고이기 마련입니다. 예전엔 반 강제적으로 참석을 강요했던 회식이 그 물꼬를 텄지만, 이제는 관리자가 직접 파이프라인을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회식을 대체하는 정기 루틴
회식 없는 팀 소통을 채우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제도’입니다. 우연한 술자리 대화에 기대지 않고, 정기적으로 관계와 근황을 확인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1:1 미팅입니다. 관리자와 팀원이 정기적으로 만나 업무 진행 상황뿐 아니라 고민, 성장 방향까지 나누는 시간입니다. 1:1 면담이 실패하는 흔한 이유로는 리더가 하고 싶은 말만 전달하는 자리로 만드는 것, 시간을 너무 짧게 잡는 것, 불규칙하게 진행하는 것이 꼽힙니다. 저의 경우에는 실제로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면담 시작 후 20~30분 가량이 지난 뒤에야 나오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
- 최소 30분~1시간, 격주 또는 매주 고정 일정으로 운영
- 리더가 아닌 팀원이 안건을 정하는 방식으로 설계
- 업무 점검이 아니라 “요즘 어떠세요?”로 시작하는 열린 질문 위주 구성
- 대화 내용을 짧게라도 기록해 다음 1:1에서 이어가기
이 외에도 짧은 데일리 스탠드업, 주간 회고 미팅처럼 부담이 적은 정기 루틴을 조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핵심은 ‘길고 무거운 한 번’이 아니라 ‘짧고 가벼운 반복’입니다.
서비스기획자·PM·PO의 시선으로 보면, 1:1 미팅은 일종의 ‘정기 배포’입니다. 문제가 커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큰 패치를 내는 것보다, 작은 단위로 자주 배포하며 이슈를 조기에 잡는 방식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조직도 똑같습니다. 분기에 한 번 있는 회식보다 매주 15분의 1:1이 훨씬 더 큰 위험을 미리 막아줍니다.
비동기 소통을 소통 부족의 핑계로 만들지 않기
제도만큼 중요한 건 도구입니다. 슬랙, 사내 채널, 협업 툴은 이제 단순한 업무 도구가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는 인프라입니다. 다만 여기서 관리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하나 있습니다. “슬랙에 채널 만들어놨으니 알아서 소통하겠지”라는 방치입니다.
툴이 소통을 대체하려면 몇 가지 설계가 필요합니다.
- 업무 채널과 잡담 채널을 명확히 분리해, 잡담 채널에서는 가벼운 근황·관심사 공유를 독려
- 비동기 소통(슬랙, 사내 게시판)과 동기 소통(정기 미팅, 화상 회의)의 역할을 구분해 안내
- 관리자가 먼저 잡담 채널에 일상적인 글을 올려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 분기 1회 정도 ‘랜덤 커피챗’처럼 툴 기반의 가벼운 매칭 프로그램 운영
Z세대 조사에서도 기업이 시도해볼 만한 대안으로 ‘랜덤 런치’나 ‘취미·체험형 프로그램’처럼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교류 방식이 언급된 바 있습니다. 이는 술자리 대신 ‘선택권’을 돌려주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플랫폼을 운영하다 보면 “기능을 만들었다”와 “기능이 쓰인다”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매번 확인합니다. 슬랙 채널을 만드는 것과 그 채널이 실제로 살아있는 것은 다릅니다. 관리자가 초기에 사용 패턴을 직접 만들어주지 않으면, 어떤 좋은 툴도 유령 채널이 됩니다.

세대별로 다르게 접근하기, 획일적 소통 방식의 한계
여기서 놓치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소통 대안을 설계할 때도 세대별 차이를 무시하면 회식과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게 됩니다. 회식이 실패한 이유가 ‘한 가지 방식을 모두에게 강요했기 때문’이라면, 그 대안 역시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40~60대 관리자 입장에서는 대면 대화, 정기적인 티타임이 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젊은 세대는 비동기 텍스트 소통, 짧고 목적이 분명한 대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요즘 애들은 대면을 싫어해”로 단순화하면 곤란합니다.
오픈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음주 자체를 줄이는 이유로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53.0%로 가장 높았고, ‘건강·체중 관리'(19.0%), ‘숙취·컨디션 관리'(16.0%)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관계 자체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컨디션과 개인 시간을 존중받고 싶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구분이 도움이 됩니다.
- 4060 관리자: 주 1회 정도의 짧은 대면 체크인을 기본으로, 잡담을 업무 대화 앞뒤에 자연스럽게 배치
- 2030 팀원: 사전에 안건을 공유하는 구조화된 1:1, 필요 시 비대면(화상) 옵션 제공
- 팀 전체: 참석 여부를 강제하지 않는 자율 참여형 이벤트를 분기 1회 수준으로 설계
세대갈등 인식 조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있습니다. 응답자의 65%는 ‘세대 차이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더 크다’는 주장에 동의했고, 62%는 ‘세대갈등은 언론과 미디어에 의해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소통 방식의 차이를 무조건 ‘세대 탓’으로 돌리기보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고용 형태까지 고려해 접근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회식 없는 팀을 위한 체크리스트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실행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기 1:1 미팅을 최소 격주 1회, 30분 이상으로 고정 일정화
- 업무 채널과 잡담 채널을 분리하고, 관리자가 먼저 잡담 채널을 활성화
- 회식은 없애기보다 ‘짧고 자율적인 형태’로 스펙을 재설계
- 세대·성향별로 소통 방식을 다르게 적용(획일화 금지)
- 소통 부채가 쌓이기 전, 정기 체크인으로 조기에 신호 포착
마치며
회식이 사라졌다고 해서 조직이 느슨해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최근 1~2년 사이, 회식 대신 정기 1:1과 비동기 소통 구조를 갖춘 팀이 예전보다 더 촘촘하게 서로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는 걸 체감합니다. 다만 그렇게 되려면 관리자가 손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회식이 우연히 채워주던 역할을, 이제는 관리자가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저 역시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화두였던 팀원의 퇴사 신호를 미리 읽는 법을 다뤄보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회식을 완전히 없애도 괜찮을까요?
회식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 형태를 바꾸는 편이 더 현실적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64.0%가 회식이 ‘가끔은’ 혹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선호하는 형태는 1시간 내외의 짧고 자율적인 자리입니다. 완전 폐지보다는 ‘선택권을 주는 회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권합니다.
Q2. 1:1 미팅을 처음 도입하려는데 팀원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요?
초반엔 어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업무 점검이 아니라 팀원이 안건을 정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요즘 어떠세요?”처럼 열린 질문으로 시작해, 처음 몇 회차는 라포 형성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Q3. 세대별로 소통 방식을 다르게 하면 오히려 형평성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방식을 다르게 하는 것과 기회를 다르게 주는 것은 다릅니다. 모든 팀원에게 동일한 빈도와 깊이의 소통 기회를 제공하되, 그 형식(대면/비대면, 구조화/자율)만 개인 성향에 맞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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